“귀신 잡는 해병, 돈도 잡는다”…연평도까지 찾아가는 경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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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EE 작성일25-04-25 09:23 조회3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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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교협, 올해 12만명 교육 목표…“어디든 찾아가서 교육”
“군에서 단체 교육은 잠자는 시간이라는 말도 있는데, 여긴 교육열이 정말 뜨겁습니다.”
북한과 불과 3㎞ 떨어진 서해 최전방 연평도, 지난 3~4일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특별한 풍경이 펼쳐졌다. 개인화기 대신 펜을 쥐고 앉은 해병들이 진지한 눈빛으로 경제 수업에 빠져든 것이다.
강당에 모인 해병들은 당장의 목돈 마련을 위한 전략과 노후 등 전 생애를 대비한 재무관리,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온라인 도박 관련 내용까지 학습했다. 은행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전문 강사의 설명에 해병들의 눈과 귀가 집중됐다. 강렬한 눈빛과 고함에 가까운 해병들의 질문·대답을 보니 ‘신병’의 열기로 가득 찬 훈련소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강의를 들은 오현빈 하사는 “내 자산을 잘 운용하고 사기와 피싱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라며 “무엇보다 해병들에게도 이런 내용을 교육해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동영 일병은 “이번 교육을 통해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라며 “병으로 복무하면서 받는 봉급이 적지 않은데,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잘 관리해서 목돈을 마련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세웠다”라고 말했다.
이번 해병대 연평부대 경제교육은 지난해 말 국방부가 장병들의 올바른 경제관 확립을 목표로 ‘경제금융’ 과목을 통제과목으로 지정한 게 계기가 됐다. 통제과목은 국방부가 법령 및 훈령, 정책적 결정에 따라 교육훈련기관의 군사교육(양성교육 및 보수교육) 과정에 필수적으로 반영하도록 한 과목을 뜻한다.
올해 병사 봉급은 병장 150만 원, 상병 120만 원, 일병 90만 원, 이병 75만 원이다. 여기에 장병내일준비적금을 합치면 병장은 월 최대 205만 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최근 장병들 사이엔 인상된 봉급으로 불법 온라인 도박을 하거나 투기를 하는 이들도 있어, 봉급을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절실하단 지적이 제기돼 왔다.
통제과목 지정에는 군 당국의 노력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 경제교육 기관들로 구성된 경제교육단체협의회(경교협)의 역할도 컸다. 교육을 위해선 전문 강사, 교재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경교협과 회원사들이 주도적으로 맡고 있다.
본문 이미지 - 3일 해병대 연평부대 장병들이 해안경계를 하고 있다.
3일 해병대 연평부대 장병들이 해안경계를 하고 있다.
경교협은 지난해부터 군 장병 경제교육을 본격화하고, 교재 6종 12차시를 회원사와 공동 개발했다. 또한 48명의 전문 강사를 선발해 약 10만 명의 장병을 교육했다. 회원사를 포함하면 지난해 교육 인원은 27만 명에 달한다.
경교협은 올해 12만 명, 회원사를 포함하면 30만 명을 교육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작년보다 많은 53명의 전문 강사를 선발했다. 경교협 교육이 입소문을 타자 각 부대에서 강의를 신청하고 있지만, 한정된 인원과 예산 등으로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해군·해병 대상 경제교육은 재단법인 ‘바다의품’의 재정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바다의품은 해군·해병의 특성상 격오지 또는 선상 근무가 많아 군인 가족을 대상으로 한 경제교육도 병행해 줄 것을 제안하는 등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연평도 해병 경제교육은 교육 여건에 따른 소외지역이 없도록 ‘장병이 있으면 어디든 끝까지 찾아가서 교육하도록 돕겠다’라는 재단의 의지가 있어 실현됐다고 한다.
바다의품 정태순 이사장은 “군 장병에 대한 경제교육은 전역 후 합리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라며 “앞으로도 군 장병 대상 경제교육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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