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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제 단순화해 소득 재분배 효과 높여야” -박재완 회장 인터뷰 [헤럴드 경제]

KCEE 기자 작성일2023-05-2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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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경이 만난 사람-박재완 경제교육단체협의회장]
극단적인 누진세 체계로 세수 감소
획일규제 넘어 고용 다양성 높여야
미래 위한 재정 준칙 법제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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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직을 떠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현 정부의 현안에 막힘이 없었다. 공직과 정계, 학계를 두루 섭렵하며 체화한 명쾌함이 ‘쾌도난마(快刀亂麻)’와 같았다. 장관 시절 현대 아반떼 차량을 타고 다닐 정도로 소탈한 스타일의 박 전 장관은 지난 4일 서울시 성동구 독서당로 소재 경제교육단체협의회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이 직면한 경제 상황에 대해 원로의 고견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지난달까지 세수 감소로 24조원이 펑크가 났다. 이런 세수 부족이 지속되면 정부가 나라살림을 운용하는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 경제 상황에서 견실한 세수를 확보하려면 조세 체계를 전반적으로 손을 볼 필요가 있다. 전체적으로 세율 체계가 너무 복잡하게 돼 있다. 직접세는 극소수의 고소득층에 아주 중과세하고 중상위 계층에는 비교적 관대하고, 하위 40%는 거의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중산층에 적용되는 비과세 감면을 정비해야 전체적으로 세수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소득재분배 효과도 크다는 것이 학술적인 분석의 결과다. 정치권이 상위 1%, 5%만 더 내는 세제 개편이라고 호도해 왔는데, 그런 식으로 누적이 되면서 조세 체계가 너무 왜곡됐다. 급기야 소득재분배 효과 자체도 희석되는 상황이 됐다.

-구체적인 세제개편 방안에 대해 제언한다면.

▶증가하는 고령사회의 부담, 복지 지출 수요를 충족하자면 중부담 체계가 불가피하다. 현재는 소득 상위층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복지 수혜자가 경제활동에 참여하면 적용되는 세율이 얼마나 되는가라는 개념의 ‘참여 세율’이 한국은 100%가 넘는다. 일을 하기 시작하면 복지 혜택 자체가 사라지니 줄어든 혜택을 모두 세금으로 간주하는 식이다. 여기에 소득에 대한 세금까지 부담하면 100%를 넘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참여 세율이 100%를 넘는 국가가 없다. 바로 다음 국가가 80% 수준이다. 근로할 유인을 줘야 일을 해서 소득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보람도 느낄 수 있다.

-고물가 저성장 상황에서 정부는 당장 물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기 불황 중에도 물가가 계속 오르는 현상)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현 상황을 헤쳐 나갈 방안을 놓고 정부의 고심이 크다.

▶저금리, 복지 남발, 재정 팽창 등 그동안 손쉬운 확장정책과 부채의존 성장 기조의 후과에 따른 뒤늦은 비용청구서가 날아오면서 서민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 지름길은 없다. 경착륙을 피하기 위한 경제안정에 유의하면서도 긴 호흡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개혁에 진력해야 한다. 특히 재정 부담이나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규제개혁, 예를 들어 기득권 축소, ‘보모국가(보모와 같이 국민들의 생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돌보는 국가)’ 탈피와 노동 시장 역동성·투명성 제고가 최우선 과제다. 공교육의 자율·책임 복원, 연금 개혁 등 지속 가능한 복지 구축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 기여와 보상이 부합하는 공정한 규범·의식 확립도 절실하다.

-이전 정부든 현 정부든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데는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세제 기조나 물량 수급 등에서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부동산도 가격 기능이 작동하는 시장의 힘을 존중해야 한다. 다주택자가 수요를 부추기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다른 한편 주택 공급을 늘려 전월세와 집값 안정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치부해 징벌적으로 중과세하는 대증요법을 불식하고, 민간 임대주택을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재개발·재건축에 관한 낡은 규제나 실수요와 동떨어진 신도시 개발로 천문학적인 사회간접자본시설 투자와 녹지 훼손을 초래하는 잘못은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는데, 현재 주52시간제 수정, 노조 회계장부 공개 등 노동계 이슈가 많다.

▶획일 규제와 강성 노조로 인해 자율·책임 노사관계가 요원하고 고용 총량도 제약을 받는다. 기간제 사유·기간, 호봉 등 임금체계, 근로 시간 예외와 정산 기간 단위 등 정규직·전일제·생산직 위주의 경직된 법규와 관행은 다양한 경제 현실을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 자신의 침대 길이에 맞을 때까지 여행자의 사지를 늘리거나 자른 그리스 신화의 인물)의 침대’처럼 획일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일감·업무량의 계절 변동이 불가피한 업종이나 기획·조사·연구개발 등 ‘화이트칼라’도 근로 시간을 엄격히 제약하는 건 불합리하다. 주 52시간을 존중하되, 그 정산 기간을 연간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번듯한 시간제 근로의 활성화, 종사상 지위의 유연성 확대 등 고용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 대기업과 정규직 중심 노조의 횡포도 청산돼야 한다. 세습 채용, 월례비나 일감 독점 강요, 비노조원 탄압은 엄단해야 한다. 회계장부를 비롯한 노조 운영의 투명성을 확립하고, 노동3법 취지에 걸맞게 영세 사업장, 취약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반도체 중심 제조업 부진이 이어지며 무역적자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악화한 대외경제 여건에서 민관을 아우르며 한국호(號)를 이끌고 나갈 조타(操舵)가 시급하다.

▶저출산·고령화, 중국 약진에 따른 제조업 경쟁력 퇴색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 부민안국(富民安國)이 되려면, 국민의 집합적 인적 역량 향상이 필요조건이고, 기여와 보상이 부합하는 공정한 사회경제시스템 구축이 충분조건이다. 특히 민간 활력을 위축시키는 ‘큰 정부’ 유산을 청산하고, 억강부약(抑强扶弱)의 편가르기, 이념 지상의 원리·종족주의 등 대중영합 정치를 넘어서야 한다. 그러자면 자유와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이는 곧 균등한 기회와 공정한 규칙·질서를 확립하면서 자율·창의·경쟁·개방·혁신·다양성을 고취해 유인책임을 강화해야 함을 의미한다. 일본은 모범사례가 될 것이고, 인도·이스라엘·영국·아르헨티나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아울러 분단국, 자원 빈국이며 극동의 반도국가인 한국에겐 외교·안보·통상이 국력의 핵심 요소이다. 시장경제·자유무역의 수혜자로서 미국·일본·유럽연합(EU)·호주와 같은 선진문명국가와의 연대·협력을 강화하고 더욱 거세질 탄소중립 압박에 대비해 탄소 생산성 제고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정부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통해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취지인데 재정 운용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 ‘비가역적 확약 기제(irreversible commitment device)’라는 용어가 있다. 당연히 행동에 제약을 받지만 규범이 있으면 규율이 확립된다. 국회에서 예산을 늘리려 해도 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헌법상 늘릴 수 없다. 재정 팽창 속도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팔라 당분간 멈출 가능성이 없다. 미래 세대에 대한 횡포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재정준칙 마련은 불가피하다. 이태형 기자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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