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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EE 작성일25-12-25 13:25 조회2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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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섭2025. 12. 1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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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용돈 교육에 담겨야 할 삶의 기준

[한영섭 기자]

▲  돈
ⓒ micheile on Unsplash
요즘 부모들 사이에서 낯설지 않은 풍경이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강의, 주식 투자 체험 수업, 모의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학원과 온라인 콘텐츠가 그것이다. "어릴 때부터 경제 감각을 길러야 한다"는 말은 그럴듯하다. 심지어 유치원, 어린이집에서도 금융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묻지 않는 질문이 있다. 우리는 아이에게 무엇을 준비시키고 있는가. 삶을 꾸려갈 힘인가, 아니면 돈을 중심으로 한 생존 경쟁인가.

이른바 '조기 투자 교육'은 대개 성공의 기준을 자산 축적에 둔다. 집값이 오르는 구조, 주식으로 수익을 내는 방법을 설명하며, 돈이 돈을 버는 과정을 자연스러운 삶의 목표로 제시한다. 문제는 이 교육이 아이의 발달 단계나 사회 인식과 맞지 않는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 자체를 지나치게 일찍, 그리고 지나치게 좁게 고정시킨다는 점이 더 근본적인 문제다.

부동산과 주식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성과가 결정되지 않는 영역이다. 시장의 흐름, 정책, 구조적 불평등이 깊게 작동한다. 그럼에도 이를 '능력의 결과'처럼 가르칠 때, 아이는 부와 빈곤을 개인의 탓으로 이해하기 쉽다. 이는 각자도생의 논리를 조기에 내면화시키고,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라 경쟁에서 이겨야 할 무대로 인식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물질주의는 더욱 공고해진다. 무엇을 얼마나 가졌는지가 곧 자신의 가치가 되는 경험을 반복하면, 아이는 관계와 과정 대신 결과에 집착하게 된다. 아직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정리하기도 어려운 시기에 자산 증식의 언어를 먼저 배우는 것은, 삶의 기준을 외부의 숫자에 맡기는 연습이 될 수 있다. 금융 지식은 늘었지만, 삶의 방향을 스스로 묻는 힘은 자라기 어렵다.

용돈 교육의 목적은 결코 여기에 있지 않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투자자가 되는 법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자립하는 힘, 다시 말해 사회경제적 자립력이다. 이는 돈을 많이 버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필요를 판단하고, 선택의 결과를 감당하며,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책임 있게 살아가는 능력이다. 혼자 살아남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이다.

어린 시절의 용돈은 그 힘을 기르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용돈을 통해 아이는 처음으로 선택의 무게를 느끼고, 돈이 관계와 연결돼 있음을 배운다. 친구와 함께 무언가를 하기 위해 돈을 모아보는 경험, 가족을 위해 지출을 고민하는 순간, 공동체를 위해 쓰이는 돈의 의미를 체감하는 과정이 바로 교육이다. 이때 아이는 돈이 목적이 아니라 삶을 돕는 수단임을 자연스럽게 이해한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미래의 투자자'로 훈련시키는 데 있지 않다. 돈을 둘러싼 선택을 함께 돌아보고,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묻는 동반자가 되는 일이다. 작은 실패를 허용하고, 시행착오를 존중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는 비로소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을 기른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어린 투자자가 아니다. 돈 중심의 성공 신화를 의심할 줄 알고, 사회 속에서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다. 용돈 교육은 그 첫 단추다. 부동산과 주식보다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돈 없이도 설명될 수 있는 삶의 기준이다. 그 기준이 설 때, 아이는 비로소 돈과 거리를 두고도 흔들리지 않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금융과 미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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