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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송인호]정답보다 질문이 경쟁력인 시대,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admin 기자 작성일2026-08-2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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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답에서 오류-편향 못 가려내면 ‘新문맹’
생각마저 맡기면 성적 올라도 사고력 저하
능숙한 활용보다 주체적 사고와 판단 중요
AI 시대 교육, ‘How’보다 ‘Why’ 가르쳐야

인공지능(AI)의 시대다. 이 시대의 문맹은 더 이상 글자를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만을 뜻하지 않는다. AI가 제시한 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 안에 담긴 오류와 편향을 가려내지 못하며,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신(新)문맹’으로 떠오르고 있다.

필자는 AI 문해력을 세 가지 능력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사회 현상에 대해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능력, AI가 내놓은 답을 비판적으로 의심하고 검증하는 능력, 그리고 그 안의 오류를 스스로 발견해 수정하는 능력이다. 앞으로는 AI를 얼마나 능숙하게 사용하는가보다 AI를 활용하며 얼마나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학교는 오랫동안 주어진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표준화된 인재를 길러 왔다. 지식이 희소하고 정보를 찾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던 산업사회에서는 이러한 교육이 효율적이었다. 그러나 AI의 등장은 교육의 전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3년 보고서 ‘AI를 시험해 보니(Putting AI to the Test)’에 따르면, 그해 3월 출시돼 현재는 서비스가 종료된 모델인 GPT-4가 당시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읽기 문항의 85%, 과학 문항의 84%를 해결하는 성능을 보였다. 이는 더 이상 교육이 존재하는 답을 학생이 얼마나 많이 기억하고 재현하는지를 평가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됨을 시사한다.

이런 점에서 서순탁 전 서울시립대 총장은 교육의 무게중심이 “어떻게(How)에서 왜(Why)로, 답(Answer)에서 질문(Question)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래의 교육은 무엇이 문제인지 스스로 정의하고, 왜 그런지를 질문하며, AI가 제시한 여러 답의 근거와 타당성을 비교하고, 최종 판단과 그 결과에 책임지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렇다고 향후 교육이 AI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방법만 가르치면 된다는 뜻은 아니다. AI를 사용할 줄 아는 능력과 AI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은 엄연히 다르다. 2025년 튀르키예 고등학생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 실험은 이 차이를 잘 보여준다. 연습 과정에서 범용 GPT를 활용한 학생들은 즉시 답을 얻어 더 많은 문제를 풀고 높은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AI의 도움 없이 치른 시험에서는 기존 교재로 공부한 통제집단보다 오히려 성적이 낮았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풀이 성과는 향상됐지만, 풀이 과정을 스스로 고민하고 이해하는 깊은 학습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글쓰기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난다. AI에 글 작성을 크게 의존한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해 글을 쓴 집단보다 자신이 제출한 글의 내용을 인용하거나 핵심 주장을 설명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일부 연구에서는 집행 기능과 관련된 뇌 영역의 신경 연결성 저하도 관찰됐다. 이는 AI가 기억과 사고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이 해야 할 인지 과정 자체를 대신할 경우 이른바 ‘인지의 외주화’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생각을 지속적으로 AI에 넘기다 보면 과제는 더 빨리 끝낼 수 있지만, 정작 무엇을 왜 작성했는지조차 알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미래 교육의 목표는 AI를 사고의 대체재가 아니라 사고 확장의 도구로 활용하도록 만드는 것에 둬야 한다. AI 시대 교육에서 지식은 날카로운 질문을 창안하고 AI가 내놓은 답을 검증하는 단단한 기반 역할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집값은 왜 올랐는가”라는 막연한 질문보다 “금리 하락, 공급 기대, 대출 규제 중 어느 요인이 지역별 가격 차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가”라는 질문이 훨씬 깊은 분석적 사고를 요구한다. 가격, 수요·공급, 기회비용 같은 기초 개념을 알지 못하는 학생은 경제 현상에 유의미한 질문을 던질 수 없다.

학교 평가는 AI 없이도 알아야 할 기초지식을 확인하는 방식과 AI를 활용해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 교사도 지식 전달자를 넘어 좋은 질문을 설계하고 AI의 오류와 편향을 검증하도록 돕는 ‘학습 설계자’로 역할을 넓혀야 한다. 아울러 AI 접근성의 차이가 새로운 교육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공 디지털 인프라와 표준화된 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AI 시대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근거를 비교하고 공동체에 필요한 문제를 발견하며 자신의 판단에 책임지는 주체적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다.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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